기자의 본령은 현장!

SBS 박수택 기자

 

_ 송민선, 문승진 명예기자

 

전화벨이 울린다. 마을 주변 하천에서 환경오염을 목격한 어느 읍면 통장의 제보전화다. 박수택 기자는 현장조사를 위해 통장과 만나기로 했다. 올해로 기자경력 28년차를 맞이한 그는, 현재 논설위원이지만 여전히 분주하게 현장을 누비는 기자였다.

 

박수택 기자는 존경하는 선배로 선정된 것에 대해 쑥스러워했다.

지금 현장을 떠나있는 상태인데도 후배들이 그렇게 생각해주는 게 고마우면서도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바로 정년퇴임하는 날까지 취재를 하고 뉴스를 하고 싶은 것. 그는 후배기자들이, 그 꿈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자신의 모습을 높게 봐준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민주주의를 꿈꾸던 시절

 

대학시절, 그는 혁신적인 학생이었다. 1980년대 당시에 정보독점을 지양하고 정보의 공개와 공유를 주장했다. 어떤 정보든지 그 정보를 독점하려하지 말고 공유하고 퍼뜨려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알게 하는 게 더 큰 힘으로 되돌아온다는 것, ‘정보 민주주의.

“‘정보를 공개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라!’, 이게 내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그게 언론의 역할이잖아요. 어떤 정보든지 대중에게 필요한 정보라면, 그것을 공개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정보를 알고 그걸 바탕으로 각자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 나아가서는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

또한 그는 대학시절, 교통체증이 심한 공간에서 몇몇 부유한 사람은 개인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반면에 많은 서민들은 콩나물시루 버스를 타며 고생을 하는 모습을 보며 교통 민주주의를 생각했다고 한다. 많은 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 지하철 등이 제 시간에 오고 좀 더 편리하고 쾌적하면 그게 바로 교통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관련되는 것들(먹는 것, 입는 것, 타는 것, 쓰는 것 등)이 모든 사람한테 편하고 깨끗하고 저렴하게 되어있으면 그게 민주주의죠.”

그리고 그는, 이렇게 대중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찾아서 그것을 전파해주고 나아가 여론을 형성해주는 것 또한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시절부터 민주주의의 여러 개념을 발상해내고 거기에서 언론의 역할을 찾아봤다는 그의 말에서 치열한 직업의식이 느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가 기자를 지망했던 것은 아니었다. 물론 어릴 적부터 언론인이라는 꿈을 품고 있긴 했으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어서 다른 진로를 생각했었다고. 당시 대학에서 경영학도였던 그는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려 했으나, 학벌의 한계 앞에서 매번 좌절을 맛보았다. 이런 그를 유일하게 받아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언론이었다.

기업에 응시를 많이 했었지만 1차 서류전형에서 다 떨어졌었어요. 그런데 당시에 언론계만큼은 이상하게도 서류전형이 없었어요. 고맙게도 학벌이라는 진입장벽이 없었죠.”

때 아닌 취업난 속, 여러 우여곡절 끝에 그는 1984MBC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방송기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기자의 봉사 대상은 국민

 

그는 올곧은 성격과 확실한 실천으로 대쪽같은 기자라는 평을 듣곤 한다. 그는 그런 평에 대해 기자로서의 직분을 다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기자는 국민, 대중을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 국민의 대다수인 서민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힘이 부족하죠. 우리는 이런 분들을 위해 봉사하는 거예요. 왜냐하면 우리는 대중매체니까. 힘센 권력이 떳떳치 못한 일을 했을 때 그들은 이런 부분이 널리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아요. 이럴 때 언론이 그 부분을 취재하면 당연히 충돌이 생기겠죠. 그러면 기자는 대중을 위해서, 거기에 맞서야죠. 그러다보면 저 사람은 (목이) 뻣뻣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그 소리를 들을 거예요.”

물론 타협도 필요하지만, 대중이 알아야 할 정도를 양보하면서까지 물러나는 건 용납이 안 된다고. 그가 강조하는 기자생활의 원칙은 무엇일까? 그는 모름지기 기자는 현장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기자의 본령은 현장이에요. 우리가 중력의 법칙으로 발을 땅에 딛고 사는 것처럼, 기자도 현장이라는 땅을 딛고 행동해야 해요. 발을 딛지 않고 책상머리에 앉아 떠있으면, 그건 유령입니다.”

그에게는 꼭 지키고 싶은 약속이 하나 있다. 28년 전에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과 한 약속이다.

“198412월에 수습기자로 입사했을 무렵에 동기들끼리 , 우리 늙어서까지도 현장에서 뛰고 다짐했었어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데,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키고 싶습니다.”

그는 좋은 취재를 하려면 직접 현장 속으로 뛰어 들어가라고 조언했다. 언론은 학술(순수학문)이 아닌 현장에 바탕을 둔 활동이기 때문이다.

군사정권시절의 언론은 상당히 무력했어요. 취재보도가 아닌 정보보고 형식의 뉴스만 존재했으니까요. 그러다가 87년 민주항쟁이 일어나면서부터 언론도 공정보도를 선언한 거잖아요. 따지고 보면 언론이 당시 민주화운동에 무임승차한 거거든요. 그때 무임승차한 그 부채의식을 기억해야 한다고 봐요. 그 부채의식을 확인하는 방법, 현장으로 돌아가라!”

이처럼 박수택 기자는 현장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현장에서 취재보도를 하는 것이 기자의 존재 의미이고, 숙명이라 단언할 정도로 그의 신념은 확고하다.

 

 

 

환경전문기자가 되기까지

 

박수택 기자는 환경전문기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주로 사회부, 국제부, 편집부, 이 세 가지 부서에 몸담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사회개선, 사회발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그가 환경전문기자활동을 하기로 한 것도 이 부서들, 특히 사회부에 있으며 얻은 경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환경이란 말은 다분히 인간중심적인 말이에요. 환은 고리라는 뜻인데, 이 고리의 중심은 인간이죠. 그래서 환경과 인간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예요. 인간이 행복하게 살려면 그 주변을 감싸고 있는 환경을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이런 개념을 사회부생활을 하면서 알게 됐어요.”

2003년 그는 SBS에서 부장승진을 했다. 그때 그는 회사에 제안을 하나 했다. ‘데스크에 관리직에 있을 사람은 많지만 현장에서 뛸 사람은 적으니 나는 현장으로 돌아가겠다. 회사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에게 가고 싶은 부서를 물어봤을 때 그는 환경을 택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가 환경에 대해 상세하게 알 리가 없었다.

그때는 전문기자가 아니라 사실 전담기자였죠. 제대로 아는 게 많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곧바로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방송통신대학교에 환경보건학과로 편입을 한 것. 그가 하는 취재보도 활동을 좀 더 체계적이고 심도 있게 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다.

박수택 기자는 중어중문학과 관광학도 공부한다. 얼핏 보면 중어중문학과 관광학은 그와는 별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환경보건학 말고도 그가 다른 학문을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지적호기심, 둘째는 계속 공부하는 것의 필요성, 셋째는 각 분야 간의 시너지효과 때문이에요.”

그는 다른 문화권, 학문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어서 배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중화문화권을 이해하기 위해 중어중문학을 공부했다. 한편, 지식은 계속 분화하고 사회는 변하기 때문에 인간은 평생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하나씩 배우는 과정 속에 여러 분야의 지식, 정보가 합쳐져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하는 것에서 짜릿함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전 분야에 걸쳐있는 산업인 관광에 대해 공부하고 그 속에서 환경과 관광의 시너지인 지속가능한 관광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처럼 그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기계발하며 자신의 가치를 키우고 있었다.

 

 

미래의 삶

 

그가 은퇴하기까지 4년이 채 남지 않았다. 은퇴 후 그는 무엇을 하며 지내고 싶을까.

은퇴 후에도 지금까지 살던 대로 계속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게 진짜 행복한 거잖아요. 저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제가 원하는 것을 하며 살 것 같아요.”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경력을 사회를 위해 활용할 수도 있으면서 교육적인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환경운동단체의 환경운동가나 환경 분야 프리랜서 리포터가 될 수도 있겠네요. 인생 2막을 잘 맞이하려면 지금 진행 중인 인생1막을 충실히 보내야겠죠. 밀도 있게 살고 싶네요. 기대하시죠!”

인터뷰 내내 그의 올곧은 신념이 돋보였다. 우리 사회와 미래의 후손까지도 생각하는, 환경에 대한 사랑은 빛났다. 그의 꼿꼿함과 지조 있고 일관성 있는 태도. 일과 현장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이 지금까지도 그가 많은 후배기자들에게 존경받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28년 전 했던 입사동기들과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는 박수택 기자. 그의 꿈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Posted by 방송기자연합회 방송기자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