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선 굵은 외모에서 풍기는 첫인상은 ‘나를 따르라’ 하는 카리스마였다. 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풀어내는 서글서글한 웃음은 동네에서 만나는 선배 같기도 했다.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본인의 길을 걷는 기자가 되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세상이 바뀌는 순간을 확인하는 희열
얼마 전까지 정치부에서 한나라당을 출입하다가 처음으로 내근 부서인 국제부로 이동했다. 아침부터 늦은 밤 까지 길게 이어지는 기자업무특성상 새벽 2~3시에 퇴근하는 것이 다반사였던 지난 기자 생활에 비해서는 조금 여유로워진 편이라고.
고2 때부터 기자를 꿈꿨다는 그의 생각은 대학 때도 변함없었다. 하지만 기자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걷히며 인생의 직업으로 기자를 선택해야 하는지 다시 고민했던 시절도 있었다고. 하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결국 기자가 되었다.
“한 마디로 말할게요. 지난 12년 기자생활 정말 재밌게 했습니다. 내 보도로 사회의 왜곡된 부분이 바로잡히는 순간. 기자는 그 보람이, 희열이, 쾌락이 가장 커요. 그걸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어요.”
그 기분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느껴볼 수 없는 기분일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것이 변하는 것만큼이나 많다. 아니 변하지 않는 것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세상을 옳은 방향으로 바로잡는데 일조한 그 순간, 기자는 짜릿한 희열을 느낀다. 사회부에서 기동취재를 하던 때의 일이다.
“제주도에 사는 시력장애 청년이 군 입대 신체검사에서 1급 판정을 받았다는 제보가 우연히 들어왔어요.”
통화를 하고 사실 확인을 위해 무작정 제주도로 향했다. 청년과 동행한 제주대학 병원에서는 역시 ‘황반변성’으로 청년의 한 쪽 눈이 실명상태라고 했다. 그런데도 군의관은 정상 판정을 한 것.
재확인을 위해 서울로 그 청년을 데려왔고 국내 안과 최고권위자를 만나 역시 한 쪽 눈이 완전히 실명상태인 시력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것을 보도했고 사람들의 관심으로 병무청 홈페이지가 다운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병무청에서는 이틀 뒤 청년에게 면제 판정을 다시 내렸다.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렇게 변화시키는 것은 더 없는 보람이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그루터기에 겹겹이 나이테를 그려나가며 지금까지 기자로 살아왔다.
# ‘나는 꼼수다’ 열풍과 제도권 언론의 역할
궁금했다
. 최근 불어닥친 ‘나는 꼼수다’의 열풍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기존 언론에 답답함을 느끼던 시청자의 요구는 충족시키고 있지만 제도권 언론에서 해야 할 역할은 분명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제도권언론의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그런 식의 보도를 한다면 그것은 의혹제기 수준을 넘어 기정사실화로 봐야 합니다.”
그렇기에 전파라는 공공재를 사용해 방송을 하는 언론은 ‘그럴 수도’ 식의 이야기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사실 확인이 정확히 되지 않은 것을 이야기 한다면 그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늘 판단의 어려움이 따르고 기자들이 알고 있어도 정확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말하는 것의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단순 가십인가, 사건의 본질과 맥이 통하는가’를 모두 살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은 기자
“예전에는 퇴근 후 삼삼오오 술을 마시고 있으면 그 자리가 20~30명으로 번지곤 했어요. 지금은 개인적인 생활도 강조되고 기자들의 조직문화가 많이 바뀌었죠.” (웃음)
사람과 술자리를 좋아한다는 김윤수 기자는 그 때를 조금은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위 보다 아래를 한 번 더 살피게 된다는 그는 선배로서 부끄럽지 않은 기자가 되고 싶다고. 후배들이 봤을 때 따라가고 싶은 사람으로, 흔들리지 않으며 중심을 잡고 본인의 길을 가고 싶다는 꿈을 내비쳤다. 그의 웃음에서 아래를 감싸 안는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기자협회장으로서 현재 해야 할 일로 SBS 기자들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 다지는 일을 꼽는다. 최근 기자들간의 의견이 엇갈리는 일이 있었다고. 하지만 면역과 신뢰가 있음을 믿기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믿음을 내비췄다.
그와의 인터뷰 속에서 느껴진 것은 ‘믿음’ 이었다. 신념을 믿었고, 사람을 믿었고, 진실을 믿었던 삶은 어려움 속에서도 그를 지켜냈다. ‘믿음’이 그를 더욱 강하게 하길, 그 ‘믿음’이 SBS 기자협회를 서로 ‘믿어’가는 조직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